병원 치료 중 달아난 특수강도범 김길수(36)가 도주 사흘 만에 붙잡힌 데 대해 교정당국의 초동조치가 부족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길수를 잡는 데 사흘이나 걸린 것은 "법무부의 계호 실패가 명백하다"며 "도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걸 예견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러 이물질을 삼키는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교정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것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손톱깎이, 칫솔 등까지 삼키며 복통을 호소하고 교정당국이 외래진료를 허가할 수밖에 없게 해 화장실을 이용해 도주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했다.
김길수는 6일 오후 9시 24분쯤 경기 의정부시의 한 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틀 전인 4일 오전 6시 20분쯤 경기 안양시 한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화장실로 들어가 도주한 지 약 70시간 만이다. 그는 올해 9월 특수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는데, 수감 도중 '경찰서 유치장에서 플라스틱 숟가락 일부를 삼켰다'며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진 후 도주했다. 이 교수는 "(김길수가)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 시간을 이용해 도주해야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을 것"이라며 "교정당국에서 당연히 계호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이것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도주 직후 경찰 신고가 늦어지면서 검거도 지연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길수가) 도주하고 나서 무려 50분가량 지체가 되었다"며 "추정컨대 나중에 불거질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단 스스로 자체 해결을 해야겠다. 사실 그것이 결정적인 (검거) 지연 원인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신고가 접수됐다면 도주 장소 인근에서 경찰이 출동해 조기 검거를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김길수는 연인 관계로 추정되는 여성 A씨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했다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여성이) 택시 값을 제공해주고, 그다음에 일정한 도주 원조를 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해준 게 아니겠느냐"며 "결국은 처음에 도움을 준 사람이 하나의 매개가 되어서 잡힌 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A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해 김길수의 행방을 뒤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수는 검거 당시 경찰을 피해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도망가는 등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 나와 "옷을 바꿔 입고, 우산을 가지고 폐쇄회로(CC)TV를 가리는 행동을 했던 것 같다"며 "경찰이 다행히 그걸 확인해 추적했는데 도망가는 과정에서 저항이 심해 경찰들도 애를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범행 때 한 7,000만 원 정도가 사라졌는데 그 돈을 어딘가에 은닉해 놨을 것"이라며 "그걸 도피 자금으로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닌지 추정된다"고도 했다.
한편,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이날 오전 4시쯤 김길수를 서울구치소로 넘겼다. 김씨는 전날 밤 안양동안경찰서로 압송되면서 "(도주) 범행을 계획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계획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조력자가 있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짧게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