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난사범 부친, 징역 2월 실형 확정… "부모도 책임 있어"

입력
2023.11.07 09:03
아들 미성년 때 총기 구입 도운 혐의
검찰 "부모가 도덕적·법적 책임 져야"
유죄협상 타결돼 검찰 권고 형량 수용

지난해 7월 미국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관람객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난사범의 부친이 수감 생활을 하게 됐다. 범인이 미성년자일 때 총기 구매·소지에 도움을 준 것과 관련, "보호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검찰 주장에 결국 본인도 동의한 것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시카고 북부 도시 하이랜드파크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의 피고인 로버트 크리모 3세(23)의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59)는 이날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미성년자인 아들이 합법적으로 총기를 손에 넣도록 도운 혐의를 시인하고, 검찰 권고대로 '60일 징역형'을 살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자녀의 총기 소지를 도운 부모는 자녀가 그 무기로 사람을 해친 경우 도덕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서적 불안정 상태에 있던 아들의 총기 면허 취득(2019년 신청 당시 19세)에 동의한 크리모 주니어를 7개의 중과실 혐의로 기소했다. 그동안 크리모 주니어는 "피의사실에 근거가 없고, 피고인의 부모 기소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검찰과의 유죄 협상 끝에 중범죄 혐의를 벗는 대가로 유죄를 인정했다.

담당 판사도 검찰과 크리모 주니어 간 협상 내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당초 이날 시작될 예정이었던 공판 절차의 개시 없이 이대로 징역 2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크리모 주니어는 오는 15일 관할 레이크카운티 교도소에 입소할 예정이다.


아들이자 범인인 크리모 3세는 지난해 7월 4일 하이랜드파크 중심가의 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 독립기념일 축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모인 군중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7명이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 그는 1급 살인·살인 미수·가중폭행 등 총 117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나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크리모 3세는 만 19세 때인 2020년 1월 일리노이주 당국으로부터 총기면허를 발급받았다. 이후 하이랜드파크 참사에 사용한 고성능 소총을 포함, 모두 5자루의 총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했다. 일리노이 주법상 만 21세가 넘어야 총기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으나,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가 동의서에 서명하면 18세부터 총기를 구매·소지할 수 있다.

크리모 주니어는 아들 크리모 3세가 2019년 4월 자살 시도를 하고, 같은 해 9월 가족 살해 위협을 가한 사실이 있는데도 3개월 후 아들의 총기 면허 신청서에 보증 서명했다. 참사 발생 후 부친의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유죄 인정 및 실형 선고로 이어질지까지는 불분명한 상태였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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