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미국'을 앞세우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 우선주의 하에 중국을 견제하는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뜻이다. 당분간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반해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방법론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기존 한미 워싱턴 정상선언과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성명을 기반으로 협력 수준을 강화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아울러 한미일 협력도 군사뿐 아니라 첨단기술 등 거의 전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한미 안보동맹은 한국에 더 많은 비용과 군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 현재 1기 행정부에서 완충 역할을 했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같은 '온건파'가 없기 때문에, 2기 행정부에서는 압박 수준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2021년 타결됐던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은 오는 2025년 말 만료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에 5배 인상을 요구하며 대대적 방위비 압박에 나선 적이 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5일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의 군사력에 많은 국가들이 '무임승차'를 했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며 "한국과 일본이 대만 유사시나 북핵 위협에 좀 더 주도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할 수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가 기본적으로 '너희 안보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선 핵무장도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트럼프가 대통령 때 가장 관계가 깊었던 동맹국은 일본"이라며 "일본이 아베 신조 전 총리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미일동맹에 대한 인식과 대화는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최근 한미연구소(ICAS) 대담에서 "캠프데이비드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축한 토대 위에서 세워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전 차관은 또 "일본이 트럼프를 설득해 외교전략을 관철한 것처럼 한미일 협력틀을 활용해 우리가 추구하는 외교정책이 미국의 이익과 맞물려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미 대선 전까지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심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멋대로 바꾸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는 한미일 안보협력틀을 한국과 일본에 각각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 차기 대선 결과에 따른 대북정책 향배도 관심사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 특성상 재선할 경우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국제정세가 복잡해진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기존의 '전략적 인내 2.0' 기조를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을 경우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뜻이 없음을 명확하게 한 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할 가능성도 낮아 트럼프가 쉽게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당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논의할 준비가 안 됐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다"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트럼프가 2기 행정부 때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