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중심 도시이자 하마스의 핵심 근거지로 꼽히는 가자시티에 대한 포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가자시티 본격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재앙급의 민간인 희생을 우려한 국제사회가 거듭 휴전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피의 복수’를 벼르고 있다.
이날 미국 CNN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시티를 3면에서 에워싸고 지상전 태세에 들어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투의 정점에 있다”면서 “인상적인 성공을 거뒀고, 가자시티 외곽을 통과했다”고 선언했다.
IDF는 구체적인 전황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 주민과 IDF 관계자, 위성 이미지 등을 통해 IDF가 가자지구의 북부와 남부의 분리를 시도하면서 동쪽과 북서쪽에서 가자시티를 향해 진격했다고 전했다. 지중해에 접한 서쪽을 제외한 나머지 육로 세 방향을 모두 봉쇄한 셈이다.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CNN 등은 공병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자시티의 지하 시설과 폭발물을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IDF는 가자지구 지상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약 500km 길이의 지하 터널도 이미 100여 개를 붕괴시켰다. 미로 같은 터널에 진입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터널을 봉쇄하거나 파괴해 지하에 은신한 하마스를 몰아세울 계획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는 모든 터널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테러리스트'에겐 터널에서 죽거나 나오는 두 가지 선택지뿐”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터널에서 튀어나와 이스라엘 전차를 향해 폭탄을 던지고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민간용 드론으로 박격포탄을 떨어뜨리는 등 게릴라식 공격으로 이스라엘군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IDF는 지상 작전 시작 이후 이스라엘 전사자가 2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사망자가 더 많다면서 “가자지구 진입은 이스라엘 역사의 저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9,0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북부 인구 110만 명 중 약 30만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민간인의 가자지구 탈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노동자를 가자지구로 강제로 송환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 다시 이스라엘을 찾았다. 지난달 7일 전쟁 시작 이후 3번째인 이번 방문에서 그는 ‘인도주의적 일시적 교전 중지’를 이스라엘에 거듭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한 뒤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7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이 “대량 학살의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이스라엘의 작전은 국제법상 불법”이라며 “난민촌 공습은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도 “이스라엘의 행동은 정당방위보다 복수에 가깝다”고 발언하는 등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