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안 내주는 카드사들... 리볼빙으로 몰리는 서민

입력
2023.11.03 19:00
여전채 금리 5% 육박, 카드사 조달 비용 껑충
문턱 높이자 카드론 잔액 한달에 2700억 감소
일부만 갚는 리볼빙 잔액 '역대 최대'...부실 위험↑

조달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카드사들이 대출 창구를 좁히고 있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저신용 차주들의 돈 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신용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8조4,171억 원으로 전달에 비해 2,679억 원 감소했다. 반면 리볼빙 이월잔액은 같은 기간 1,262억 원 늘었다. 리볼빙 누적 잔액은 7조6,126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를 나중에 갚는 방식의 대출이다.

카드론 잔액이 줄어드는 이유는 카드사가 대출을 깐깐하게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8월까지만 해도 신용점수 400점대 차주에게도 카드론을 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9월부터는 이마저도 씨가 말랐다. 고금리 상황에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카드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용등급 AA+인 회사의 3년물 여전채 금리는 4.85%로 5%에 육박했다. 9월과 비교하면 0.4%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카드사는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데,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조달 비용도 덩달아 높아져 부실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은 내주기가 버거워진다.



중저금리 차주들은 리볼빙 등 단기대출 서비스로 몰려가고 있다.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은 금리도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고 대출 기간이 짧아 연체 위험이 높다. 별도의 심사가 필요하지 않아 사회초년생들이나 다중채무자들이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통상 여전채 금리가 카드사 조달 비용에 반영되기까지는 3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행 한도를 폐지하면서 시장에 대거 풀린 은행채도 여전채 금리 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12~16% 수준인 카드론 평균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카드사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점수 500점대 차주도 카드론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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