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치료 경과)가 나쁜 진행성 난소암을 수술하기 전에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정윤·김성훈·김상운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산부인과 교수와 박준식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게 ‘수술 전 선행 항암 치료’를 시행한 결과다.
난소암은 나팔관과 난소에서 암이 발생한 뒤 암세포가 씨를 흩뿌리듯 퍼져 나가는(파종) 특징이 있다. 특히 복막 파종(장기를 둘러싼 복막에 암세포가 자라는 것)이 잘 나타난다. 이 때문에 난소암에 걸리면 47%가 목숨을 잃어 ‘여성암 사망률 1위’일 정도로 고약한 암이다.
진행성 난소암은 종양을 직접 제거하는 외과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3기 난소암은 보통 치료 후에도 저항성을 가진 암세포가 남아 재발이 빈번해 치료 후 무진행 생존 기간은 평균 12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연세암병원 등 국내 4개 의료기관에 등록된 3기 이상의 난소암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더발루맙(제품명 임핀자·아스트라제네카)’ ‘트레멜리무맙(이뮤도주·아스트라제네카)’ 두 가지 면역관문억제제를 백금 기반 항암제와 함께 투여한 뒤 암 제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전 선행 항암 치료를 시행한 결과, 암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무진행 생존 기간이 기존 치료 대비 1.5배 증가했다.
더발루맙은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PD-L1 단백질에 결합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돕는다. 트레멜리무맙은 T세포의 CTLA-4 단백질에 결합해 T세포 활동 억제를 차단하고 암세포 공격을 증가시킨다.
치료 결과, 전체 종양 크기가 처음 진단 대비 30% 이상 감소해 우수한 객관적 치료 반응률을 보였다. 특히 4명의 환자는 암 조직이 완전히 사라진 ‘병리학적 완전 관해(寬解)’를 달성했다.
또 무진행 생존 기간은 평균 17.5개월로, 기존 3기 이상 난소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 기간에 비해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환자 9명은 30개월 이상 암이 발견되지 않으며 장기간 무진행 생존을 보였다.
연구팀은 “예후가 나쁜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초기부터 면역항암제를 활용하는 치료법이 효과적인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암 면역 요법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IF 10.9)’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