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한국에 등장하나

입력
2023.11.03 17:30
18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특이한 구조물이 몇몇 지역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무게 3,000톤에 보수·운송·설치비용은 최대 70억 원에 달한다. 네덜란드 건축가 요한 휘버스(65)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10여 년 전에 만든 거대한 목조 구조물을 한국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뒤 이 독특한 프로젝트가 실제 구현될지 관심이다. 휘버스는 지난달 19일 국내 기자회견을 열어 2017년 방주를 한국에 가져오고 싶었지만 도와줄 사람을 구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해결됐다면서 “남북 사이에 평화와 자유를 가져오는 것이 방주의 목표”라고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 방주는 길이 125m, 너비 29m, 높이 23m, 실내 연면적은 약 1만6,528㎡(약 5,000평) 규모다. 선박의 모습이지만 자체 동력이 없어 바지선에 실어 운반해야 한다. 제작에 420만 달러(약 58억 원)가 들었는데 한국 내 설치 비용이 그에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새로 만들려면 약 380억 원이 드니 운반해 오는 게 돈이 적게 든다는 주장이다.

□ 방주의 쓰임새는 뭘까. 평화와 희망,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랜드마크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내부에 1,600여 종의 동물모형이 설치돼 있고 1,000명이 동시에 예배할 수 있는 공간, 약 4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시설이 있다고 한다. 인천시와 고양시, 김포시, 강화군 등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관심을 갖고 협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방주가 한국에 도착한다는데 선박으로 볼지, 물건으로 볼지 불명확한 법적 절차도 남아 있다.

□ 당장 불교계 일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노아의 방주는 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기독교 상징 중 하나다. 4,000여 년 전 노아가 신의 계시로 배를 만들어 가족과 동물들을 대홍수에서 구했다는 이야기를 지역대표 관광상품으로 유치한다는 구상에 “기독교 시설을 공공영역에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는 건 문제”라고 들고일어난 것이다. 꼭 종교 간 갈등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노아의 방주가 무슨 관련인지 의문인 데다 이런 논란은 뒷맛이 쓰다. 타락한 인류 심판,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이어야 할 노아의 방주가 한국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