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이 2일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열사묘역에서 열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영결식에서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했고, 베이징의 중심 톈안먼에는 조기가 걸렸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배우자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영결식에 참석했다. 자오러지·왕후닝·차이치·딩쉐샹·리시 등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한정 국가부주석도 참석했다. 시 주석은 리 전 총리 시신 앞에서 묵념하고 뒤 세 번 고개를 숙여 절한 뒤 유족들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리 전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화환만 보냈다. 그는 시 주석과 불편한 관계다.
리 전 총리 시신은 붉은색 공산당기를 덮은 채 누워 있었고, 시신 주변은 생화로 장식됐다. 식장에는 "리커창 동지를 침통하게 애도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대만연합보 등 중화권 언론들은 "이번 장례는 2019년 7월 열린 리펑 전 총리 영결식 때와 비슷한 격식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달 27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그는 시 주석 집권 1·2기에 10년 간 총리를 지냈지만, 시 주석의 강력한 견제를 받으며 별다른 실권을 행사하지 못해 '비운의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리 전 총리 사망 뒤 최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리 전 총리 사망 소식을 검색어 순위에서 빼는 등 추도 여론 확산을 경계했다.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 여론 표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한 탓으로 해석됐다.
다만 중국 정부는 영결식을 '관례적인 수준'에서 치르며 최소한의 형식적 예우를 갖췄다. 리 전 총리 부고 정도만 보도했던 관영 언론들도 영결식에 맞춰 그의 생전 업적을 소개한 기사를 내보냈다. 신화통신은 리 총리 부고보다 분량이 2배 많은 기사에서 "리 동지는 인민 대중에 애정이 넘쳤고 인민의 이익을 중시했으며 그들의 어려움과 근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혁명열사묘역 인근과 베이징의 중심 톈안먼 광장에는 경찰 인력이 집중 배치됐다. 인근 지하철 역은 임시 폐쇄돼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고, 바바오산 인근 도로엔 사전에 허가된 차량의 진입만 허용됐다. 혁명열사묘역 인근 지하철역인 위취안루역 인근에 배치된 사복 공안들은 육교에 올라가려는 시민을 제지하거나 휴대폰을 검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