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것도 없고, 화질도 나빠요. 목 아프게 고개 들고 볼 이유가 없죠. 아 맞다. 햇빛이나 비를 피할 때는 좋아요."
지난달 28일 오전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만난 정모(20)씨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여기 오는데, 언젠가부터 위(스카이로드 영상)를 아예 쳐다보질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간 관리운영비만 10억 원이 넘는 대전 중구 은행동 '스카이로드' 운영을 놓고 효용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시가 편의시설과 시스템 보완에 나선다지만, 시설 노후와 빈약한 콘텐츠 등의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시에 따르면 스카이로드는 2013년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재생 등을 위해 165억 원을 들여 으능정이 거리에 높이 20m에 폭 13.3m, 길이 241m 규모로 조성한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시설 철골 구조 건축물이다. 규모가 크다 보니 연간 관리운영비만 10억 원이 넘는다. 올해 관리운영 예산은 10억 6,000만 원이다.
스카이로드는 개장 초 지역 랜드마크로, 상인과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개장 초부터 지적된 콘텐츠 부족 문제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하고, 시설 노후화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날 으능정이거리 초입에서 만난 고모(21)씨는 "거리는 청소가 제대로 안돼 지저분할 때가 많고, LED 화면은 흐리다. 광고만 잔뜩 나오고,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스카이로드에는 공익광고는 물론, 지역 향토축제, 운전면허학원 등 각종 광고가 쉴새 없이 노출되고 있었다.
고씨는 그러면서 "대전을 잘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영상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거리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앉아서 쉴만한 곳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카이로드를 지역 대표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라고 홍보하면서 정작 지역 특화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시는 2015~2019년 아이돌그룹의 뮤직비디오 위주로 송출했으며, 2020년부터 대청호와 식장산, 보문산 등을 알리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했다. 자체 콘텐츠가 마땅치 않자 올해는 두 달간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시범 송출하기도 했다.
상당수 상인들도 스카이로드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상인은 "초기엔 장사에 좀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비를 피해 오는 손님이 조금 더 생기는 정도로, 특별히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오히려 스카이로드가 생기면서 임대료가 30% 정도 올라 부담만 커졌다. 그나마 코로나를 지나면서 조금 내려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가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콘텐츠 개발, 벤치 설치 등을 담은 보완 계획을 마련했지만,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용 문제를 이유로 지역 자체 특화 콘텐츠 생산보다는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활용한 콘텐츠 송출을 하겠다는 계획만 세웠기 때문이다. 도색과 LED 교체도 필요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SD급 4만1,664개의 모듈을 4K급으로 바꾸는데만 80~100억 원이 필요한데, 이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아서다.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공모전 등을 통한 지역 특화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시는 당장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 재정 상태로는 도색이나 LED 교체가 어려워 고민이 많다"며 "지역 특화 콘텐츠 제작도 많은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일단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공급받기 위해 OTT 미디어아트 플랫폼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