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
'종노릇' 발언에 대한 시중은행의 공식 반응입니다. 비판 강도에 비춰 짐작해 보면,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침으로 주신 "서민금융 공급 확대"에 더해 은행 단위의 이자 경감 대책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야흐로 '상생금융 2라운드'가 닻을 올렸습니다.
그 전날 대통령께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목소리를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전하셨습니다. 연초 '은행 돈 잔치' 발언에 이은 매서운 지적이었습니다.
현재 은행들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만 40조 원에 달했습니다. 은행 직원들 노력의 산물이지만, 이번엔 고금리라는 '운'도 작용했음을 부인치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순이익 대비 사회환원 비중을 2019년 9.2%에서 지난해 6.5%까지 줄였습니다. 대통령님의 은행 폭격은 이런 행태에 대한 분노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상생금융 1라운드 때와 같은 모양새가 반복될까 우려가 앞섭니다. 돈 잔치 발언 이후 은행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가는 길마다 '모든 가계대출 상품 금리 인하' 같은 '상생 보따리'를 경쟁적으로 풀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민간 기업을 순방하며 사회환원책을 일일이 받아 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게다가 상생금융의 공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당시 금리를 내렸던 게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것을 두고 "정부의 시장 왜곡"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주종 관계 비유도 아쉽습니다. 대출자들은 '재산 증식', '사업 성공'을 위해 돈을 빌리고 은행은 그 대가로 이자를 받기로 계약했을 텐데 말입니다. 또 숙박음식업(6월 0.78%) 등 일부 자영업종의 연체율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 은행들이 이자를 노리고 대출을 종용할 수도 없는 상황일 텐데요.
'종노릇' 발언은 "이자 수익이 합리적 수준인지 의심이 든다"는 말을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참에 시민단체의 오래된 주장처럼 금리 산정 시 대출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된 비용은 없는지 따져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상생금융은 꼼꼼한 검토 후 출항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번 홍역을 치른 만큼 대안이 시장을 왜곡하지는 않는지, 은행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사회환원을 유도하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