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 탈퇴,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을 요구하는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지난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현장 소통’을 지시한 결과물을 소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정책과 직접 연결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대통령실 참모들이 36곳의 민생 현장을 다녀온 뒤 보고한 현장 의견들을 "민생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소개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에 힘들어하며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사연과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ILO조항에서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당 자영업자의 절규 등을 거론하면서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제한하고 있는 음식값과 선물 한도 규제에 대한 개선과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우려, 신도시의 방과 후 돌봄 수요 급증에 대한 대책 등도 소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민생 이슈와 관련해 정부가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가령 정부와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시범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ILO의 차별금지 협약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용을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정부가 은행이 이자로 과도한 이익을 거둔 것을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며 ‘횡재세’를 도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에 정책 변화를 예고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ILO 탈퇴' 관련 언급에 대해 "대통령실이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국무위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은행 종노릇' 발언에 대해서도 "가급적 현장 목소리를 국무위원, 다른 국민들에게도 전달하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 정책으로 직접 연결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