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때문인지) 직원들이 다 가족같이 친해요. 마치 이가 없는 동물들 같다고 할까요. 미음이나 죽만 먹을 것 같아요.”(장항준 감독) “저희 고기로 회식합니다.”(송은이 대표) “그때만 이가 ‘철거덩’ 하고 튀어나오나 봐요.”(장항준 감독)
남녀 개그맨이 대담하는 듯했다. 기자들은 수시로 웃음을 터트렸다. 라디오 공개방송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암로 컨텐츠랩 비보 빌딩에서 이뤄진 장항준 감독, 송은이 컨텐츠랩 비보 대표와의 인터뷰는 유쾌하고도 유쾌했다. 두 사람은 감독과 제작자로 이날 영화 ‘오픈 더 도어’를 극장가에 선보였다. ‘오픈 더 도어’는 한 미국 재미동포 가족의 비극을 5개의 장으로 나눠 펼쳐낸 영화다. 사건을 발생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 대신 역순으로 배치해 눈길을 끈다.
장 감독과 송 대표는 32년 지기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예비역 복학생과 신입생으로 만나”(장 감독) 인연을 이어왔다. 장 감독은 송 대표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회사 미디어랩시소에 소속돼 있다. 두 사람은 영화 대담 온라인 콘텐츠 ‘씨네마운틴’을 함께 진행하는 등 여러 활동을 같이 해왔으나 영화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감독은 “야상 입고 서울예대 남산캠퍼스에서 송은이를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앞날이 캄캄하다고 생각했는데(송 대표는 “정말 캄캄했지”라고 거들었다) 이렇게 직업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같이 영화를 내놓게 돼 행복하고 가슴 설렌다”고 감회에 젖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영화를 만들다 보면 싸우기 십상이다. 둘은 어땠을까. “영화 촬영하며 6번 정도 대판 싸우며 머리카락을 잡기도 했다고 말씀드려야 재미있을 텐데 아쉽게도...”(송 대표) 별 탈 없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송 대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서로의 생각을 밝히며 대화로 해결하니 불편함이나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장 감독은 “연애 7년하고 결혼해서 1년을 못 버티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는 재미로만 만난 사이가 아니고 가치관이 비슷하기도 하니 일하면서 부딪히지 않는 듯하다”고 화답했다.
‘오픈 더 도어’는 송 대표가 제작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1993년 KBS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송 대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영수증’과 ‘비밀보장’ 등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진행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왔다. 콘텐츠 회사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회사 빌딩까지 지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송 대표는 “새로운 생존수단의 하나로 온라인 콘텐츠 일을 해 보게 됐다”며 “당시 주변에선 그럴 시간에 방송국 PD랑 차라도 한잔 더 마시라며 말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 (성과)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그냥 진짜 재미있는 걸 하자는 창작에 대한 열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5년 전 영화 프로듀서를 영입”하며 영화 제작을 준비해 왔다. “영화는 굉장히 하고 싶었던 콘텐츠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면서 “결과까지 좋으면 훨씬 더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차 목표는 개봉이었고요. 2차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거예요. 좋은 평가까지 받으면 더 좋겠어요. 저는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걸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재미있기도 해요.”
송 대표가 첫 영화 제작의 파트너로 장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믿음'이다. 그는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의 문제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온전하게 성공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비틀어 보고 싶어 하는 기질이 감독님에게 있다”며 “이야기꾼으로 어떻게 하면 관객이 혹하고 재미있어하는지를 너무 잘 아시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회사를 운영하는 송 대표를 리스펙(존경)한다”며 “매운맛과 단맛이 판치는 시기에 좀 선하고 슴슴한 맛의 영화를 함께 할 수 있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