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까지만 해도 출산·양육 등을 이유로 직장 생활을 포기해야 해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란 수식어까지 붙었던 30대 여성이, 이젠 일터에 머물고 있다. 복지 수준 등이 높아져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게 된 이유가 아닌, 자녀를 낳지 않고 일을 택하는 30대 여성이 늘어난 저출산 심화의 결과다. 겉보기엔 좋은 지표이나 실제로는 뼈아픈 현실인 셈이다.
한구개발연구원(KDI)은 30일 이런 내용의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결혼·출산한 30대 여성 직장인은 회사, 가정 중에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일이 잦았다. 2016년 출간한 '82년생 김지영'이 그려냈듯, 육아·양육·가사를 여성의 몫으로 넘기는 분위기가 강해서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참가율이 'M자 곡선' 형태를 띠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20대에 취업했다가 30대는 휴·퇴직을 하고, 40대에 다시 일을 구하는 여성의 일반적인 모습이 M자 곡선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하는 30대 여성 비중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30대 초반(30~3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2017년 66.2%에서 2022년 75.0%로 껑충 뛰었다. 2017년, 2022년에 각각 30대 초반이었던 1983~1987년생, 1988~1992년생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비교한 결과다. 같은 기간 30대 후반 경제활동참가율은 62.1%에서 64.6%로 올랐다.
30대 초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률 8.8%포인트를 쪼갰더니 '유자녀 여성의 비중 감소', '유자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각각 5.3%포인트, 3.9%포인트로 분석됐다. 자녀를 아예 낳지 않거나 늦게 1명만 출산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일하는 30대 초반 여성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다만 양육 친화적인 직장 문화 확산, 남성 육아휴직 확대 등 일·가정 양립 정책 발전도 일하는 30대 여성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이 앞으로 5년 동안 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자 수 위축을 방어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인 주원인인 저출산을 감안하면 성장세 둔화, 연금 및 정부 재정 악화 등이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동시에 오를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 지원 등 정책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주요국 대비 낮은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해 청년의 경제적 자립 및 가족 형성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