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설사로 역사를 쓰고 있는 DL이앤씨가 전통적인 건설 사업을 넘어 친환경 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국회의사당, 광화문광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일군 업력을 토대로 이익도 내고 환경도 지키는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설립한 자회사 '카본코'는 친환경 기업을 표방한 DL이앤씨의 의지를 보여준다. 카본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최적의 탄소 감축 해법을 제안하는 '탈탄소 솔루션 전문기업'을 내걸고 국내·외 시장에서 이름을 빠르게 알리고 있다.
올해 9월 미국 에너지기업 GE베르노바(GE의 에너지 부문 기업), 영국 정유회사 BP와 함께 인도네시아 복합화력발전소 탄소포집저장(CCS) 구축에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국영 전력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복합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다음 인도네시아 최동단 파푸아의 탕구 지역 저장소로 운송·저장하는 게 골자다.
글로벌 에너지 회사와 협업하는 CCS 구축 과정에서 카본코는 탄소 포집 설비 설계를 맡는다. GE베르노바는 각 복합화력발전소에 카본코의 CCS 기술을 구현하고, BP는 탕구에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개발한다. CCS 완공 후 인도네시아에서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본코는 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SWCC)이 관여하는 발전소, 담수화 공정에 탄소 포집 기술을 적용하는 업무협약(MOU)을 하기도 했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WCC는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전력생산 사업자인 동시에 세계 최대 해수 담수화 설비를 운영 중이다.
DL이앤씨는 카본코 설립 이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DL이앤씨는 10년 전부터 한국전력공사 산하 전력연구원이 주도한 CCS 국책연구과제 1, 2단계에 모두 참여해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와 관련한 기본 설계 작업을 수행했다. 이를 토대로 현재 하루 3,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DL이앤씨가 집중하고 있는 다른 친환경 사업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원자로 등을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가 "어떤 청정에너지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SMR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월 미국 4세대 SMR 개발 기업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 개발 중인 엑스에너지와의 협력은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전망이다. 엑스에너지의 SMR 기술은 전력 생산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SMR 가동 시 발생하는 600도 이상의 높은 열을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암모니아 생산에 쓰는 식이다.
DL이앤씨는 환경에 중점에 둔 경영을 '조직 시스템'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사회 내 인사·감사·재무 등 3개로 구성된 소위원회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를 지난해 신설한 게 그 예다. 현재 ESG위원회는 DL이앤씨 내 각 사업 조직으로부터 매 분기마다 기후변화·환경과 연관된 사안을 보고받고 사업 반영 여부 등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또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을 40% 저감한다는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에 기여하기 위해 전 현장 업무용 차량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바꿨다. 건설 현장에선 전기지게차 같은 저탄소 장비 사용을 늘리고 사무실엔 에너지 저소비 냉·난방 시설을 확대했다. 지난해 8월부턴 '종이컵 제로 캠페인'도 진행하면서 임직원의 생활 속 실천을 끌어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대기 환경, 수자원, 폐기물 관리, 생물다양성 보존 등 환경 경영 활동을 강화하는 중"이라며 "친환경 건설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글로벌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