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구체적 수치가 빠져 '맹탕'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선 "지구 끝까지"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은 대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두고 '숫자가 없는 맹탕'이라거나 '선거를 앞둔 몸 사리기'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 계획안에는 5개 분야, 15개 과제가 담겼는데 정작 중요한 보험료율 인상 수치나 목표를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다양한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이지만, 연금보험 인상에 나설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가 불 보듯 뻔해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재정추계와 수리 검증 등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다"면서 "24회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꼼꼼히 경청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일반 국민 의견을 조사했다"며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정부는 연금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없이 4개 대안을 제출하여 갈등만 초래했다"고 지적한 뒤 "그간 우리 정부는 이런 사례를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까지 충실히 준비한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운영계획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다"며 "연금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정부는 국회의 개혁방안 마련 과정과 공론화 추진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현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고 국무위원들을 향해 당부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저도 지금보다 더 민생 현장을 파고들 것이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청취한 현장의 절규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민생 현장에 직접 가서 민심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주 중동 순방기간 참모진이 찾은 36곳의 현장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소개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한도 문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적용 문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실의 현장 방문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세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은 전세 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주기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다시는 힘없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악질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피해액을 피해자 별로 합산하여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개정을 서둘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들은 정부 고위직과 국민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벽에 작은 틈이라도 열어줘 국민들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일부라도 전달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