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알 시파 병원의 지하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사령부’가 있다고 지목했다. 하마스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미 CNN방송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27일(현지시간) “알 시파 병원을 테러 단체 사령부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이스라엘 군사정보국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수집한 정보라고 이스라엘 매체 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병원 외부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터널이 여러 곳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며 “병원의 병동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도 있다”고 말했다.
알 시파 병원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원이다. 외과와 내과, 산부인과로 이뤄진 이 병원은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어진 보복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최대 4만 명의 민간인이 알 시파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IDF는 하마스가 알 시파 병원에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를 숨기고 있고, 연료 저장고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가리 대변인은 “하마스는 환자와 의료진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의 고위 관료 이자트 알 리시크는 “병원을 표적으로 삼으려 꾸며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의 필리페 라자리니 집행위원장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잘못된 손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유엔 전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 마이클 링크는 이스라엘의 관련 주장을 “다가올 공격을 대비한 여론전”이라고 알자지라에서 지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지상전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알 시파 병원을 전쟁 사령부로 지목한 지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대규모 폭격으로 가자지구는 정전 상태에 빠졌다. 알자지라는 “알 시파 병원을 중심으로 해상과 육상에 공격이 가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DF가 하마스 사령부로 지목한 알 시파 병원에서 제2의 ‘알아흘리 병원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앞서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의 대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 다만, 이 폭발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오작동에 따른 추락이 일으켰다는 서방의 분석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