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1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03년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국 매장에서 수거한 화장품 빈 병의 숫자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화장품 공병은 아모레퍼시픽의 '그린사이클'(GREENCYCLE) 캠페인을 만나 다채롭게 변신해왔다. 업사이클링 벤치로 제작되거나 미디어아트 등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게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 매장의 바닥재와 집기용 상판으로 쓰인다.
쓰고 남은 빈 병은 재활용 하기 좋은 원료다. 아모레퍼시픽이 2020년 제작한 종합선물세트 '도담 9호'의 내부 지지대는 공병 재활용 원료 약 1.3톤을 투입해 제작했다. 플라스틱 공병을 펠릿으로 만들어 제품 지지대의 원료로 사용한 국내 첫 사례다.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수거한 '포레스트 포맨 헤어 왁스' 용기는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 원료로 쓰인다. 이처럼 자원 재활용의 의미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뷰티 업계의 지속가능한(ESG) 경영을 이끄는 아모레퍼시픽의 숨은 노력을 찾아봤다.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했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뜻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은 ESG 활동에 대해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3월 정관에 ESG 경영 방침도 이례적으로 새겼다. "회사의 소명을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로 정의한다. 경영 활동 전반에 걸쳐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사람, 기업, 대자연의 아름다운 공존을 실현한다"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ESG 경영 추진 고도화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소비재 기업으로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전환하고 가치 소비 문화를 이끄는 것을 기업의 주요 과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4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만들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원자재 수급이나 제품 제조 공정, 소비자 사용 단계에서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경영 5대 약속인 '2030 어 모어 뷰티풀 프로미스'(2030 A MORE Beautiful Promise)도 2021년 6월에 공개하고 실천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우선 고객과 사회와 동행 측면에서 두 가지 실천 목표를 제시했다. ①먼저 신제품 100%에 환경 또는 사회 친화적 속성을 구현하고 고객의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 영위에 이바지하는 브랜드 활동을 전개하겠단 계획이다. 신제품의 '환경 발자국'을 저감하고 가치 소비를 확산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②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회사 안팎에 확산하겠다는 약속이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성·포용성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 계층이나 시민의 건강한 삶 지원을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대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세 가지 실천 목표도 만들었다. ①글로벌 생산 사업장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폐기물 매립 제로화 달성하기다. 이를 위해 국내외 전 생산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고 국내 물류 차량 100%를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②제품 포장재의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하기다. 만약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면 100% 재활용·재사용 또는 퇴비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③세 번째는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이용을 위한 관심과 투자다. 생물자원 보존 및 기후 변화 적응 기술을 도입하고 비정부기구(NGO) 및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팜유 농가를 도울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친환경 경영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친환경 화장품 용기 개발·공급을 위해 LG화학과 손을 잡기도 했다. LG화학이 재활용·열분해유·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및 생활용품 포장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포장재 제조 과정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과도 협업하고 있다. 해마다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재활용해 아모레퍼시픽 제품과 집기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재활용 적용 비율은 2025년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현대건설과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재활용 소재 사용을 위한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건축 자재 및 디자인 개발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분쇄물과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를 혼합한 건설용 테라조 타일을 제조해 공동 주택 현장에서 쓴다.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 디비전장 상무는 "2030 지속가능경영 5대 약속은 아모레퍼시픽이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실천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더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쉽게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