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 금리, 생각보다 더 美에 독립적이지 않아"

입력
2023.10.27 16:00
미국 따라 오르는 한국 시장금리
"10년간 개인 및 해외투자 늘며
해외 금리에 민감 반응하는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 한국의 시장금리 동조화 현상에 대해 우리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환율이 마음(시장 논리)대로 움직이게 하면 금리정책은 독립적이 되어야 하는데, 저희 생각보다 독립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동조화 현상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연 3.78%에서 전날 4.39%로 0.61%포인트 급등했다. 미국 정부가 3분기 자국 장기채권 발행량을 늘린 데다1,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도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국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선 영향이다. 기준금리는 10개월째 연 3.5%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달 연 4.9%(가중평균)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 총재는 일단 자본 이동 양상이 변화하며 금리 동조화가 심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그는 "이전에는 은행 간, 외국인 중심으로 자본이 이동했다면, 최근 10년간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났고 개인투자자의 자본이 많아지면서 해외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일시적이면 관리하는 수준이면 되는데, 장기적이라면 우리에게는 '정책 딜레마'가 되기 때문에 (유효성 확보 방안을) 좀 더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당시 그는 "미국은 경제가 굉장히 견고해서 중립금리2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10년, 20년 시계로 보면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균형 금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다른 데도 금리가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의아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세계 석학이라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좋은 질문이다'라고만 답했다"며 현 상황이 경제학적 난제라는 취지의 언급도 덧붙였다.

1 미국 정부가 3분기 자국 장기채권 발행량을 늘린 데다
채권 발행량을 늘리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오른다. 채권은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원리금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2 중립금리
경제의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이 없는, 잠재성장률(2%)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금리 수준.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