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지상전을 저울질해온 이스라엘 권부가 내홍에 휩싸였다. 지상전 감행 여부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가 노출되는가 하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동맹이 하마스를 막지 못한 책임을 내각에 묻는 등 분열 징후가 뚜렷하다. '하마스 제거'란 목적을 위해 전시 내각까지 꾸렸지만 지상전 개시 이전부터 국론 분열에 휩싸인 형국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를 갈며 지상전을 준비해왔다. 최근 들어 지상전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해졌는데, 이는 전시 내각의 분열과 무관치 않다고 25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1일 국민통합당 등 야당과 전시 비상 통합 정부를 구성했다.
지상전 시작 시점과 관련해 군부와 비(非)군부 사이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이스라엘군(IDF)이 곧바로 지상전을 수행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본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수년간 서안지구에서 임무를 수행한 IDF는 훈련을 받고 장비 보급을 완료할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IDF는 지상전을 치를 준비가 됐다며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악연'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 사이의 불신이 커지면서 전쟁 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네타냐후 총리는 그를 경질했다가 철회했다.
강경파는 네타냐후 총리를 몰아붙이고 있다. 그의 극우 동맹이자 극단적인 민족주의자인 이타마르 벤그리브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등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 조짐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전시 내각 확대를 요구했다. 앞서 그는 "인질 석방이란 조건도 달지 않은 채 가자지구를 인도적으로 지원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동의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마저 추락했다. 최근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에 따르면 유대계 이스라엘 국민 사이에서 정부 신뢰도는 20.5%에 불과해 20년 만에 최저치를 썼다. 이스라엘 언론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탄생한 전시 내각마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