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퇴직하면서 반납하지 않은 항공 마일리지가 미국을 170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분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에게 적립된 공적 마일리지를 퇴직 시 반납하도록 할 규정이 없어 '퇴직금'처럼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무 출장 목적의 항공 티켓에 마일리지 적립 대신 먼저 할인해 주는 '노 마일리지 티켓'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국토부가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내역에 따르면, 공적 항공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된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토부 퇴직 공무원 870명의 미반납 마일리지는 1,212만8,650마일로 집계됐다. 한국-미주 일반석(비수기 대한항공 기준)을 173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규모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들의 경우 공사 설립(2009년) 이래 현재까지 총 492만5,753마일을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 여비규정은 공무상 출장에 따라 발생한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공적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문제는 퇴직 때 발생한다.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그간 적립된 마일리지를 반납하도록 강제할 규정이나 관리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항공사별 약관에 따라 재직 중 공무원에게 적립된 마일리지는 퇴직 시 고스란히 개인 몫이다.
이에 유 의원은 '노 마일리지 티켓' 도입을 제안했다. 공무 출장인 경우 마일리지 적립이 아닌 '선 할인'을 해주자는 것이다.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아 사적 이용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정부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항공사의 거부 우려가 있고, 인사혁신처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공적 마일리지 관리·사용의 여러 불편함과 문제를 해소할 방안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항공사가 여행 비용 지불 주체를 파악하거나 공무인지, 개인인지 여행 목적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유 의원 질의에 "항공사에서 노 마일리지 티켓을 운영할 경우 적극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답할 뿐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 의원은 "공적 마일리지를 관리하는 데 수많은 직·간접 비용이 드는 만큼 관리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선 할인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며 "인사혁신처와 국토부는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적극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