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보병과 탱크를 동원한 야간 기습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군이 '제한적 규모'라고 밝힌 지상 작전을 한 것은 22일 이후 두 번째다. 전면적 지상전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마스 소탕을 위한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 주둔 미군 보호를 위한 방공 시스템 배치가 완료될 때까지 지상전을 연기할 것을 미국이 요구했다"고 복수의 미국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200여 명 중 외국인이 138명으로 확인된 것도 부담이다. 지상전 개시 시점을 놓고 이스라엘 전시내각 안에 이견이 있는 것도 변수다.
26일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밤새 보병과 탱크를 투입해 가자지구 북부를 공격한 후 철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 지 몇 시간 만의 급습이었다.
IDF는 "다수의 테러리스트와 하마스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 발사 진지, 기반시설을 표적 공격했다"며 "전쟁 다음 단계에 대비한 준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TOI는 "이번 공격은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침투 작전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2일에도 지상 작전을 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 전면 개시를 미루고 이 같은 산발적 기습 공격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벌 가능성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상전을 며칠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도 동의했다"고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 중인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대공 방어 시스템 약 12개를 배치 중이다. 배치가 완료되는 이번 주말까지 미국이 지상군 투입 보류를 요청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시리아, 이라크의 미군기지는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전면전이 시작되면 공격이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은 인질 보호와 구출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지상전 연기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그(네타냐후 총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여지를 두었다.
인질들의 대거 희생은 이스라엘에도 부담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납치된 인질 220여 명 중 138명이 25개국 출신의 외국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태국인이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은 12명이다. 최근 하마스가 인질 4명을 풀어주면서 석방 협상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커진 것도 변수다.
지상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이집트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규모 작전이라면 이스라엘에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초기 하마스를 비판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하마스는 테러조직이 아닌 해방 단체"라고 옹호하면서 이스라엘 방문을 취소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 이후 가자지구를 안정화시킬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이 지상전 지연 요인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