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 내후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교육계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고교 진학·진로교사, 국립대 교수, 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교육부는 대입 개편안이 여론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25일 대전을 시작으로 학부모 대상 개편안 설명회에 나섰다.
학교당 1명씩 배치된 진로진학상담교사 모임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고교에서 대입 지도를 맡은 교사들로 구성된 전국진학지도협의회는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정부 시안은 2022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시행을 무력화하고 학생들의 입시경쟁 해소와 고교 교육 정상화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고교 내신 전 과목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행하는 시안 내용을 문제 삼았다.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이 아니라 내신등급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만 선택하게 돼 고교학점제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내신에 유리한 과목을 고르게 되면 학교 역시 다양성을 포기하고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만 개설하게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2, 3학년 때 배우는 진로선택·융합선택 과목만큼은 종전 방안대로 절대평가만 실시해야 한다는 게 두 단체의 입장이다.
수능 사회·과학 탐구영역의 출제 범위를 1학년 때 배우는 통합사회·과학으로 축소하는 시안 내용을 두고도 단체들은 "2, 3학년에서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사회·과학 교육이 수능 준비를 명목으로 통합사회·과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통합사회·과학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자고 촉구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 교수들도 수능 자격고사화를 제언했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초중등교육을 입시교육 중심에서 기초·인성·적성 교육 중심으로 바꾸고 수능을 자격시험화해 복수의 시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내팽개치고 수능 준비에 매몰되지 않도록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취지다.
교육계 시민단체들은 내신·수능 절대평가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며 평가제 전환을 요구했다. 이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는 지난달 리얼미터에 의뢰해 시민 1,01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화, 수능 절대평가화에 각각 55.4%, 56.2%가 찬성했다고 공개했다. 단체들은 "교육부 시안은 절대평가 전환을 원하는 국민의 뜻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정부 시안에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고 맞섰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일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총 4,000명 중 1,294명 응답)에서 71.3%가 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