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으로 뿌듯한 추억... 흥미진진한 물억새 습지 탐방

입력
2023.10.28 10:00
대구 대명유수지 생태탐방 프로그램

대도시의 소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숨 쉴 공간이다. 규모가 크고 풍광까지 수려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대구 달서구의 대명유수지와 월광수변공원, 배실웨딩공원은 오랜 세월 방치됐던 곳을 정비해 볼거리를 더한 곳이다. 도시 여행의 장점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서울역이나 수서역에서 고속철을 타면 동대구역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면 달서구 어디나 쉽게 갈 수 있다.

생태전문가와 함께하는 달서생태탐험

대명유수지는 앞산에서 발원한 대명천이 낙동강에 흘러드는 끝자락에 위치한다. 금호강도 합류하는 지점이어서 바깥쪽에 대규모 습지(달성습지)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유수지는 하천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을 일시적으로 가뒀다가 흘려보내는 시설이다. 대명유수지 옆은 1992년 조성한 성서산업단지다. 그전까지는 참외와 수박 농사를 짓던 논밭이었다.

대명유수지도 이때 만들어졌는데, 시간이 흘러 차츰 여러 생명의 보금자리이자 자연습지로 변모했다. 2011년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맹꽁이가 대량으로 서식하는 게 알려지면서 생태적 가치까지 인정받았다.


요즘 대명유수지에는 억새가 무성하다. 탐방로를 따라 가을 서정을 만끽하며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진행하는 ‘생태전문가와 함께하는 달서생태탐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평범한 억새가 달리 보인다. 무심코 지나쳤을 동식물의 식생, 더불어 풍성해지는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살아 있는 자연교과서라 할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진다. 상쾌한 공기 마시며 걷기를 병행하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나들이다.

이정아 생태 해설사가 진행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유수지 앞 맹꽁이 조형물에서 동행할 탐방객과 인사를 나눈 뒤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송수신기와 루페(확대경)를 지급받으며 시작된다.

목재 덱으로 들어서자 은빛 물결이 바람에 춤추듯 살랑거린다. 그냥 억새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정확하게는 물억새라 했다. 대명유수지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터줏대감이다. 갈대나 달뿌리풀과 비슷해보여도 구별이 가능하다. 물억새는 가지가 곧게 자라지만 달뿌리풀과 갈대는 V자 형태로 뻗어나간다. 8~10배 확대되는 루페를 통해 씨앗과 잎을 관찰하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물억새 잎사귀를 뛰어다니는 우리벼메뚜기며 풀을 엮어 만든 멧밭쥐 둥지도 보인다. 버드나무는 캄캄할 때 빛이 나서 도깨비불이라고 불렀다. 옛날에는 이가 아플 때 가지를 꺾어 먹었는데, 특유의 쓴맛이 해열진통제로 쓰는 아스피린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나뭇가지와 한몸처럼 붙어있는 사마귀알집도 보인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 겨울을 난 후 이듬해 5월 부화할 때까지 끄떡없다고 한다.



해설사는 그 외에 뽕나무, 칡, 가시박, 환삼덩굴, 아까시나무, 느릅나무, 애기부들, 생이가래, 며느리배꼽 등 유수지에 자라는 온갖 식물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곁들인다. 눈썰미가 좋으면 고추좀잠자리, 네발나비, 방아깨비, 팥중이 등 다양한 곤충도 발견할 수 있다.

휴식 시간에는 오늘 관찰하지 못한 동식물을 사진으로 알려주고 즉석 퀴즈 이벤트도 진행한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즉문즉답으로 해결할 수 있느니 교과서보다 흥미있고 이해가 빠르다. 물억새를 배경으로 찍은 폴라로이드 기념사진, 탐방 중 생각나는 것들을 스케치북에 마음대로 표현하는 시간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추억을 선사한다. 지인과 또 비슷한 곳을 여행한다면 오늘 익힌 지식으로 조금은 아는 척해도 좋을 것 같다.


11월 ‘생태전문가와 함께하는 달서생태탐험’은 11, 12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예약은 대구녹색소비자연대(053-985-8030), 참가비는 중학생 이상 1만 원이다. 대명유수지에 가려면 동대구역지하도1 정류소에서 급행1번 탑승, 계명문화대학앞 정류소에서 7번 시내버스로 환승해 달성습지·대명유수지앞 정류소에 하차하면 된다.

풍경 ‘맛집’ 월광수변공원과 낭만 가득 배실웨딩공원



수밭골 웰빙음식거리에서 약초밥상 정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도원동 산자락 월광수변공원을 찾았다. 이곳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달이 네 마리나 발견된 곳이다. 목재 덱 아래로 자라와 잉어 등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강아지풀과 울긋불긋한 단풍나무가 가을날의 수채화를 그린다. 특색 있는 포토존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인근 400여 년 된 느티나무는 대구광역시 지정 보호수로,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이자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동대구역에서 156번 버스 탑승, 두류역 정류소에서 356번 버스로 환승한 후 월광수변공원 정류소에 하차하면 된다.




이곡동 배실웨딩공원은 ‘결혼은 축복이다’라는 주제로 만든 공원이다.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웨딩카·하트·쌍가락지·예술벤치가 설치돼 있고, 곳곳에 사랑에 관한 명언도 숨어 있다. 와룡산 정기를 머금은 두 그루 소나무가 한 몸처럼 붙어있는 ‘연인목’은 인기 포토존이자 공원의 상징이다.

작은 폭포의 청량한 물소리, 하늘거리는 억새와 강아지풀이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공원 꼭대기에 자리한 카페 ‘미네랄커피’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동대구역지하도1 정류소에서 급행1번 버스 탑승, 성서푸른마을아파트앞2 정류소에 내려 걸어갈 수 있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