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에서 결혼사진 찍은 예비부부...결혼식 피로연 대신 해변청소

입력
2023.10.23 20:00
타이베이 거주 환경단체 활동가 부부 
"쓰레기 양 매년 증가" 배출 문제 지적
두 손 꼭 잡고 쓰레기장 앞 사진 촬영

대만의 한 예비부부가 쓰레기장을 배경으로 결혼 사진을 촬영해 화제다. 환경운동가인 이들 부부는 내년 '친환경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아이리스 슈에와 이안 시오우는 최근 대만 난터우현 푸리향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결혼사진을 촬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쓰레기장에는 꽉 찬 종량제 봉투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산처럼 쌓여 있다. '쓰레기 산' 꼭대기에는 굴착기 한 대가 작업 중인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배경으로 부부는 흰색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인 두 사람은 대만의 쓰레기 배출 문제를 지적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타이베이에 살고 있지만 특별한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3시간 떨어진 푸리향 쓰레기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50톤의 쓰레기가 모이는데 이는 1980년대(20톤)보다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슈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쓰레기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에는 사진 촬영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쓰레기 산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사진작가가 농담인 줄 알았다더라"면서 "30년 동안 일을 하면서 우리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또 "대만에 매년 쌓이는 대규모 폐기물 문제를 모두가 알아차리길 바란다"면서 "쓰레기 줍기보다 쓰레기 줄이기가 여전히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부부는 내년 1월 20일에 열릴 결혼식도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부부는 식사로 채식을 준비하고, 하객들에게는 가능하면 재사용할 수 있는 개인 식기와 머그잔 등을 가져오라고 안내했다. 결혼식이 끝나면 다 같이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이동해 1시간 동안 해변 정화 활동을 할 계획이다. 부부는 청첩장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결혼식에 오기를 권장한다"고도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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