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9%, 내년엔 1.7%까지 하락할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이 공개됐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 밑으로 내려간 건 처음이다. 더구나 미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은 1.9%로, 우리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2001년 이후 잠재성장률 전망 중 한국이 미국 등 주요 7개국(G7)보다 낮은 경우는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0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해는 1.4%로 유지하면서도 내년은 2.2%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1.4%에서 2.0%로 상향했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국제기구들이 잇따라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본 건 심각한 신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가 맞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사상 최저인데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빨라, 경제 활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추세라면 성장률 0% 시대도 머지않았다. 국내총생산(GDP)보다 커진 가계부채는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이 미뤄지며 신성장동력은 힘을 못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지도층은 불통과 정쟁에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다. 이미 마음은 내년 총선판에 가 있다.
한국 경제는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 한 컨설팅 업체는 이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진단하기도 했다. 위기를 위기로 못 느끼는 게 가장 큰 위기다. 다시 성장 마인드로 무장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