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오작동에 따른 추락’이 일으킨 것이라는 서방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군의 공습에 따른 사고가 아니다”라는 이스라엘 측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이미지와 동영상 수십 건을 포렌식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 공습보다는 가자지구 내에서 발사된 로켓에 의해 병원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구체적 근거들도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할 수 없다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는 병원 폭발 사건 당시의 영상이다. 지난 17일 오후 6시 59분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가 생중계한 화면에는 가자에서 발사한 로켓이 위쪽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바꿔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곧이어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발이 목격됐다고 한다.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쉴러는 “오작동한 로켓이 떨어져 (병원 옆) 주차장에 충돌한 뒤, 연료 잔재물과 자동차 등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NN은 또 △영상에 담긴 주변음 △폭발 현장에 남은 분화구 크기 △전소 차량 등 잔해 등에 비춰, 다수 전문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 결과로 보긴 힘들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폭발 며칠 전 이스라엘군이 경고 없이 알아흘리 병원 건물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병원과 구급차 등 의료 시설이 공격받았다” 등 현지 의사와 유엔 등의 반론성 증언을 소개하며 최종 결론은 유보했다.
앞서 프랑스 군사정보국(DRM)도 CNN의 잠정적 판단과 비슷한 분석 결과를 전날 공개했다. 이스라엘의 해명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DRM은 20일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약 5㎏의 폭약을 실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이 폭발했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공습임을 나타내는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폭발 지점엔 통상 공습 현장에 생기는 ‘크고 깊은 분화구’가 없다는 게 이러한 판단의 근거다. DRM은 “폭발 지역에서 지름 약 75~100㎝, 깊이 30~40㎝ 구멍이 난 것을 확인했다”며 “이스라엘군이 쓰는 폭탄 또는 미사일의 최소 폭약 적재량을 감안하면 훨씬 더 분화구가 커야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AP통신도 유사한 자체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이날 통신은 병원 폭발 전후 순간을 담은 뉴스 방송 영상과 위성사진, 일반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최소 12건을 분석한 결과, “가자시티에서 발사된 로켓이 정상 궤도를 이탈해 공중에서 폭발한 뒤 지상으로 추락한 게 참사를 불러일으킨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랍권에선 이스라엘 책임을 묻는 시위가 연일 격화하고 있다. 과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 행태가 심은 ‘불신’ 탓이 크다. 게다가 지금도 이스라엘군의 민간 지역 무차별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알아흘리 병원 폭발 참사 이틀 만인 19일 밤, 이 병원 인근에 있는 성포르피리우스교회에 공습이 가해져 피란민들이 죽거나 다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교회에는 500명 정도가 피란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선 “우리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학교나 난민캠프도 이스라엘 공격을 받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20곳 이상의 가자지구 학교가 공습 피해를 봤다”며 “민간인 생명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난민 캠프도 33곳 이상 이스라엘군 폭격을 받아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영국 런던에서 10만 명이 모이는 등 ‘이스라엘 반대, 팔레스타인 지지’는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