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라인에는 신차 출고 중인 자동차가 빼곡했고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일 때마다 공장 내 직원들은 물 흐르듯 움직이며 자신이 맡은 부분 조립을 이어갔다. 내수는 물론 수출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며 올해 들어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한 자동차가 9.6초당 한 대, 하루 약 6,000대씩 만들어진다는 현대차 울산공장 풍경이다.
19일 취재진을 맞은 울산시 현대차 울산 3공장은 아반떼와 코나, 베뉴 등 소형 차종이 혼류생산1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곳이다. 한 공장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들어 낸단 얘기다. 1990년 설립된 3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약 36만7,000대로, 1.5㎞(아반떼·베뉴·코나)와 700m(아반떼·i30) 길이로 만들어진 두 개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각각 185개와 109개 공정을 소화한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모델은 아반떼, 코나 등의 사이에서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엘란트라'다. 1990년대 국내에서 인기몰이 했던 준중형 세단이 아닌, '수출용 아반떼'의 해외 이름이다. 현장 관계자는 "아반떼와 같은 모델로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이름표만 엘란트라로 붙는다"고 설명했다. '아제라(AZERA)'로 수출되는 그랜저, '보레고(Borrego)'라는 이름으로 해외로 가는 기아 모하비가 있다.
이곳에선 같은 차지만 아반떼 이름표를 단 차량은 내수 출고 대기장으로 엘란트라는 공장 내부 수출 부두로 이동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신차 140만 대가 울산공장서 탄생하는데 이 중 80%인 110만 대가량이 해외로 간다. 국내 경기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오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분전 중이다.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밀어내고 수출액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출 차종 모두 엘란트라처럼 울산공장 내에서 내수용 차량과 함께 만든다"며 "조립라인뿐 아니라 프레스, 도장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수출국 규제에 따른 옵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프레임이나 기본 설계는 수출용을 따로 제조하기 어렵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는 내수와 수출 차량에 대한 품질 차별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대목이다.
2022년까지 생산직 공채로 단 한 명의 여성도 뽑지 않았던 현대차는 올해 처음으로 여성 여섯 명(전체 200명)을 뽑았다. '첫 생산직 공채'라는 타이틀을 단 이들은 신입 직원 교육을 마친 뒤 9월 현장에 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 2만8,000여 명 중 여성은 500여 명으로 전해졌다. 단 앞서 뽑힌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다.
전체를 놓고 봐도 여성 비중은 2% 수준이다. 생산직 중에서도 처우가 가장 좋아 '킹산직('king'과 '생산직'의 합성어)'으로 불리지만 여성에겐 기회가 좀처럼 돌아가지 않아 왔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이날 기자가 지켜본 생산 라인에선 여성 직원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기자가 각각 4월과 7월에 찾았던 독일 아우디와 만트럭 공장에서는 여성 현장 인력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들 회사는 여성 생산직 비중을 이미 두 자릿수대로 늘린 상태에서 그 비중을 키우고 있다. 공장 자동화 흐름과 맞물려 섬세한 조립이 중요시되고 국제적으로 양성 평등과 다양성 확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현대차도 전동화 흐름에 따라 새 공장을 짓고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여성을 생산 현장 인력으로 뽑을 것이라 예상된다. 현대차는 11월 울산에서 첫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이 다 지어지면 다양한 차세대 미래차를 양산하는 국내 미래차 생산의 대표 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