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과태료 셀프 거부' 혐의로 신고된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에 규정된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구청장은 구의회 회의에서 무단으로 자리를 떠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됐지만, 이를 적절한 절차 없이 '셀프 거부'하면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권익위가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이해충돌을 좁게 해석하면서, 향후 지방자치단체장의 거부권 남용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 구청장 사건에 대해 "공직자가 수행한 직무인 '재의요구(거부)'는 이해충돌방지법에서 규정한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권익위에 자문한 전문가들은 "법에서 규정한 '과태료 부과 등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란 과태료의 조사, 부과, 징수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직무와 그에 부수되는 직무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 5월 서대문구의회가 자신에게 부과한 과태료 200만 원을 재의요구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됐다. 구의회 '서부선 경전철 착공 지연행위 등의 진상규명에 대한 특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무단으로 회의장을 나간 데 따른 것이다. 이 구청장은 "특위 행정사무감사가 지방의회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이라는 등의 이유로 과태료 재의를 요구했다. 현행법상 지자체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위법한 경우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소속기관장이 자신의 사건을 직접 처리해야 할 경우,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한 이해충돌방지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도 이 구청장의 사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행안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재의요구 대상 의결이 지자체장 본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관계된 경우 이해충돌법에 따라 지자체장은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하고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본보 통화에서 "특위 구성 자체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번 결정으로 권익위가 향후 이 구청장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차단막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전이기는 하나, 지난해 1월 부산 북구의회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는 지방선거로 임기가 만료하면서 과태료 처분이 자동 폐기됐다. 권익위도 이를 의식한 듯 사건을 종결하면서 "법 시행 후 1년이 경과된 시점으로, 다양한 법 적용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제도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구청장 과태료 건은 구의회 재의결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