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1500만 원 산후조리원, 300만 원 더 올려'... 서울시 탓이라니

입력
2023.10.20 04:30
17면
출생 부담 덜기 위한 '출산 바우처'
조리원, 물가 탓하며 꼼수 가격 인상
내년도 가격 줄인상 우려

“올해 5월 출산한 언니 추천으로 지난달 찾은 산후조리원 2주 이용 가격이 불과 4개월 만에 280만 원에서 330만 원으로 뛰었어요.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높였다는데, 한 번에 50만 원 올린 건 너무하지 않나요.”(서울 영등포구 거주 34세 김지현씨)

“임신 12주 차인 아내 몸조리를 위해 산후조리원을 미리 알아보는 중인데, 일반실이 2주 기준 대개 300만 원이더라고요. 작년에만 해도 200만 원대에 이용했다는 지인들이 있었는데요. 가격이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네요.”(서울 노원구 거주 36세 박희찬씨)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산후조리원 비용 등으로 쓸 수 있는 바우처(산후조리경비 지원사업)를 출생아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자, 조리원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조리원이 바우처 지급을 틈 타 가격을 높이면서 예비 부모는 100만 원 지원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3년 2월, 10월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 요금 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산후조리원 114개소 중 37개소(32%)가 비교 기간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2월 대비 적게는 3%, 많게는 46%까지 이용 요금을 올렸다.

강남구 헤리티지 산후조리원이 대표적이다. 2주 기준 일반실 가격을 2월 1,500만 원에서 10월 1,700만 원으로 높였다. 같은 기간 중구 레피리움 산후조리원은 100만 원(400만→500만 원)을 인상했다. 가격을 올린 37곳 중 9곳의 가격 인상폭은 50만 원을 웃돌았다. 한 산후조리원은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물가, 인건비 등이 올라 불가피하다”며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곳들도 내년엔 인상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산모들 사이에선 바우처 정책 시행으로 300만 원 이하 산후조리원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이달 서울 시내 산후조리원의 2주 평균 가격은 일반실 423만 원, 특실 671만 원에 달했다. 300만 원 이하는 114곳 중 6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기본 이용료라 운동 등 다른 프로그램을 추가하면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출산 인플레'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산후조리원 요금은 자율 책정이라 과다 요금에 대해 별도의 제재 기준이 없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산후조리원들이 사전에 모여 가격 인상을 논의했다면 담합, 산후조리원들이 모인 사업자 단체에서 조율이 있었다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서울시 사례는 가격을 올렸다는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 달라 규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산후조리비용 지원은 출생 부담을 덜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인데, 도입 후 동시다발적으로 요금을 인상해 국민 부담만 커질 우려가 있다”며 “공정위와 서울시가 산후조리원 요금도 관리대상 물가항목으로 지속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