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로 대기업 고발하면, 총수도 검찰에 넘긴다

입력
2023.10.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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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지원' 총수 일가, 고발 피하기도
앞으론 법인·특수관계인 함께 고발

앞으로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고발당하면, 연루된 총수 등 특수관계인도 함께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총수 일가가 정황으로 볼 때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고발 조치를 피할 수 있는 공정위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19일 이런 내용의 '독전 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고발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사업자(법인)를 사익편취 행위로 고발하면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는 게 골자다. 현행 규정은 조사를 통해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밝혀진 특수관계인만 고발 가능하다. 사익편취는 대기업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다. 대표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다.

공정위는 종종 사익편취 혐의로 법인을 고발해놓고, 정작 실행 주체로 의심받는 특수관계인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한국타이어에 과징금 80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부당 이득을 챙긴 조현범 회장 등은 사익편취 행위 지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고발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사건을 맡은 검찰은 조 회장이 부당 지원 행위를 주도했다며, 공정위에 거꾸로 추가 고발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구속 기소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 임의조사만으론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입증하기 곤란해 고발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 개정안은 검찰 수사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부당 지원 관여 정도를 명백히 밝힐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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