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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고로 죽는다. 숨진 다이스케(구보다 마사타카)는 몇 년 전 마을에 스며들었다. 리에(안도 사쿠라)는 조용하고 배려심 강한 그의 성격에 반했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했다. 하지만 리에는 다이스케가 죽은 뒤에야 남편이 다이스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은 누구인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리에 남편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변호사 키도(쓰마부키 사토시)가 나선다. 키도는 다이스케를 X라 호칭하고 그의 과거 행적을 살핀다. X는 누군가와 호적을 바꿔 다이스케가 됐다. 하지만 그전 그의 신원은 알 수 없다. 돈 받고 X의 호적을 바꿔준 걸로 여겨지는 죄수는 알 듯 말 듯한 말만 키도에게 던진다. ‘조센징’ 키도의 혈통을 들먹이면서 말이다.
X는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원 세탁을 했다. 진짜 다이스케도 마찬가지였다. X와 다이스케의 사연은 키도의 현실과 기묘하게 포개진다. 재일동포 3세인 키도는 귀화를 했으나, 장인을 비롯해 몇몇 사람은 자이니치 신분을 들춘다.
키도는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가며 X의 과거를 알게 된다. X는 아버지에게 인생을 저당 잡혔다. 자신은 잘못을 한 적이 없다.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호적을 바꿔서 리에가 사는 마을로 도망치듯 들어갔던 이유다.
X뿐만 아니다. 키도도 혈육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명망 있는 변호사다. 돈이 되지 않는 노동 관련 소송을 맡기도 한다. 단서들을 꿰맞춰 X의 과거를 결국 밝혀낼 만큼 능력이 빼어나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이니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귀화를 하고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꿔도 자이니치는 원죄처럼 그를 괴롭힌다. 누구의 자식, 어떤 혈통이라는 게 누군가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걸까.
영화는 일본 사회의 폐쇄성을 꼬집는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안을 따지고, 혈통을 운운하는 문화를 에둘러 비판한다. 진짜 다이스케는 가업 승계를 두고 형과 다투다 밀려난 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신원을 세탁한다. 호적 바꿔 치기로 교도소 생활을 하는 죄수는 자신의 죄를 개의치 않으면서 올곧은 변호사 키도에게 호통을 친다. 키도가 자이니치라는 이유에서다. 리에와 전 남편 사이에서 난 아들은 자꾸 성이 바뀌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의 진짜 성이 무엇이냐고 엄마에게 묻는다. 마치 성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처럼. 세 모습만으로도 어떤 이를 능력이 아닌 집안과 혈통으로 단정하는 일본 사회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일본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