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치력 시험대' 된 의대 정원 확대... "증원 의지 있지만 규모엔 신중"

입력
2023.10.19 04:30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는 여야와 국민들이 바라는 해묵은 과제라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이유 중 하나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참패 이후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로 의사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인 탓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국민들의 의료권,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갖고 있던 소신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19일 의사 수 증원 방침과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역의료, 필수의료 위기상황을 윤 대통령께서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선상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선 참패' 후 여론 반전 카드... "이해관계자 경청 필요"

강서구청장 보선으로 확인된 민심을 바탕으로 '이념보다 정책과 민생'을 외치고 있는 당정 입장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매력적인 카드다. 야당에서도 정부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협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성과를 거둔다면 여론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책 발표 전부터 증원 규모에 대한 수치가 언론 등에 언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추진력이 강한 윤 대통령이 의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올 정도로 신중해진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증원 수치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지만 의료계나 이해 관계자들과의 의견 수렴, 소통을 통해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게끔 경청하는 자리나 과정이 현재로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의료계의 설득 과정이 충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정부 관계자도 "지역의료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수가 체계나 전달 체계, 인력 수급 등의 종합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아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문 정부 반면교사... 윤 대통령의 '정치적 시험대'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가 실패한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당시에도 국민적 기대는 컸지만 전공의 파업과 집단 휴진 등 의료계의 반발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과제이지만,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추진에 나설 경우 뒷심을 발휘하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내년 4월 총선과 집권 3년 차를 앞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시험대'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의료계가 파업을 할 경우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파업은 원칙과 법에 따라 대응한다는 게 정부의 기조이기 때문에 의료계 파업에 대한 부담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