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17일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철도 경쟁 체제와 철도 민영화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이 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를 각각 운영하는 체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SR이 민영화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포문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장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SR의 지분 구조부터 노선까지 경영 환경을 좌우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경쟁 체제 도입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국토부가 (SR의) 후견 역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후견 체제를 언제 끝낼지 확정하지 않으면 SR과 KTX 통합 주장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KTX 노선에서 연간 5,300억 원의 수익이 나지만 코레일은 총 적자가 5,000억 원이 난다.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호, 화물열차의 적자를 다 보전하기 때문”이라면서 “SR은 금싸라기 흑자 노선만 운영하면서 운임 10% 할인을 경쟁의 효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SR이 올해 들어 1조 원 규모의 차량 제작 및 정비사업 입찰을 추진한 것을 두고 민영화 의혹을 제기했다. 그간 코레일이 맡아오던 SR의 차량 유지 보수를 현대로템에 맡기는 것은 ‘유지 보수의 민영화’라는 것이다. 허 의원은 “일제 시대 빼고 80년간 국가가 투자한 기간망을 민간 업체에 통째로 줘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중복 비용 개선이나 차량 운영 효율성 등 코레일, SR 통합 운영의 장점이 많이 있다”면서도 “경쟁을 통해 고객 서비스나 수요 증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 사장은 “미래에 다시 한번 통합의 논리나 이런 문제가 벌어질 때 적어도 코레일이 당당하게 그런 걸 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철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종국 SR 사장은 SR 민영화 주장에 대해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도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누차 밝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