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아랍권 정상 5명과 연쇄 전화 회담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1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번 전화 통화에선 역설적으로 “전쟁을 멈추고 휴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는 이미 통화를 마쳤다. 앞서 시리아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게 하고, 가자지구에 남은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 역시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범죄는 종식돼야 한다”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전했다.
이날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중요한 건 즉각적인 휴전을 보장하고 정치적 해결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기화하고 전례 없이 확장된 분쟁을 끝내기 위해 이젠 적극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서는 시리아, 이란과 함께 ‘반(反)서방 전선’으로 묶이지만,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이란과 달리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이 하마스로부터 전례 없는 공격을 당했지만, 매우 잔인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벌이면 엄청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 사이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심에 선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모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2월 푸틴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 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러시아는 마리우폴과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장기간 포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