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기억의 힘이 필요합니다"... 1주기 맞는 이태원 참사

입력
2023.10.16 19:00
유족, 29일까지 참사 집중 추모 기간 선포
추모제 등 행사... 연내 특별법 제정 촉구


벌써 1년이 흘렀는데 제대로 밝혀진 것도, 처벌받은 자도 없이 참사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29일)를 2주 앞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희생자 고(故)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무리 (정부 여당이) 지워버리려 해도 뜻하는 대로 절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29일까지를 (참사)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시민들과 연대해 이태원 참사를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족과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집중 추모 주간 선포 및 시민추모대회 참여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 50여 명과 생존자, 시민사회 인사 등은 연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호소문을 통해 "참사 직후부터 정부와 국회에 진상규명과 국가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미 원인은 밝혀졌다'는 직무유기로 답해왔다"며 "국회는 올해가 가기 전에 특별법 통과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올해 6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28)씨는 정부의 미흡한 피해자 지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씨는 참사 후 6개월간은 별다른 증빙 없이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4월이 지나자 추가 치료를 받으려면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골반과 종아리에 남은 상처는 평생 흉터가 돼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한 것이냐"며 "생존자와 유족, 구조자, (이태원) 상인 모두에게 제대로 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국정감사에서 "유족 측이 소통을 거부했다"는 취지로 질의에 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도 반박했다. 김덕진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오 시장과 면담을 거부했다는 건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와 대화 채널은 열려 있다. 만나서 얘기할 유의미한 내용이 없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회견 후 유족은 참석자들에게 희생자들을 기억해달라는 의미를 담은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고, 함께 분향소에 헌화했다. 몇몇 유족이 울음을 터뜨리자 활동가들이 다독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집중 추모 주간 평일 저녁엔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 및 기도회가 열린다. 구술기록집 발간과 1주기 다큐 특별시사회, 청년 100인의 대화모임 등도 예정돼 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