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못 벗어난 김기현 2기, '당 주도적 역할' 약속 지켜야

입력
2023.10.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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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돌파를 위해 2기 당직 인선을 단행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무총장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수행단장을 맡았던 영남 출신의 재선 의원을 임명했다. 다른 당직에 수도권 출신을 배치하면서 구색을 맞췄지만,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요직에 영남권 친윤석열계 의원을 앉힌 자체가 쇄신과 거리가 먼 결정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 변화를 공언한 김 대표 약속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2기 당직 인선에 수도권ㆍ비주류 의원 중용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도부의 전체적 구성을 보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더 어울린다. 책임론이 제기된 울산과 대구 출신의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사무총장에 새로 임명된 이만희(경북 영천ㆍ청도) 의원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은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을 빼고 핵심 지도부는 영남색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마저도 애초 정책위의장에서 사퇴한 경남 출신의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려다 바꾼 것이라고 한다. 누가 됐든 이번 인선에 가장 상징적인 자리인 사무총장에 비영남권 인사를 임명할 의사가 애초 없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과 함께 “이번 보선은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죽비였다”면서 3대 혁신 방향과 6대 실천 과제도 제시했다. 절박한 위기의식 속에 혁신과 총선 준비를 동시에 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지만, 당과 대통령실 관계에 대해서는 ‘건강한 당정대 관계 정립’이라는 원론적 얘기뿐이었다. 진정으로 당과 대통령실 관계의 변화 의지가 있었다면, 윤 대통령과의 정기 회동 등 국민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약속을 내걸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지도부 책임론을 물리친 김 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혁신기구 구성이나 총선용 인재 영입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김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민심 수습에 실패한다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위기감이 커질 대통령실도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