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16일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도입된다 해도 북한이 하마스식 무차별 공습에 나설 경우 민간인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진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엄 청장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사일방어체계가 갖춰지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90% 이상 요격 가능하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2029년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달리 대화력전(적의 포병을 공격하는 작전)을 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인 피해는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엄 청장은 "북한이 개전 초기 대량의 장사정포를 발사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합참과 다시 검토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엄 청장은 지난달 26일 경북 포항에서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KAAV-Ⅱ) 시운전 도중 침수된 사고와 관련 "조난자 식별장치, 구명복, 간이 잠수 도구 비치 등 충분한 안전대책을 강구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엄 청장은 "당시 사고 차량 주변에 배치한 통제선박에 잠수부가, 해안에는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며 "현장 목격자 말로는 사고 3분 이내에 잠수부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 내에는 유사시 30분간 호흡할 수 있는 간이 산소공급장치 3개가 비치돼 있었으나 사고 2시간 만에 구조된 탑승자 2명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엄 청장은 구조에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로 "사고 차량이 비스듬히 침수되면서 정확한 침수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한 뒤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안전 문제를 점검하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와 관련, 사업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협력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도네시아는 올 2월까지 분담금 1조2,694억 원 가운데 20%가량인 2,783억 원만 납부한 상태다. 엄 청장은 "인도네시아가 10월 말까지 향후 3년간의 실행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1,000개 이상의 컨테이너에 실린 무기를 포탄으로 가정한다면 수십만 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북한은 최근 몇 주간 러시아에 1,000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증거 사진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은 지난달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 동부 두나이로 이동했고, 이어 철도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90km 떨어진 티호레츠크 탄약고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