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유지된 '유통기한(sell-by date)'이 올해 1월 1일부터 '소비기한(use-by date)'으로 바뀌었지만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늘어난 식품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한을 실질적으로 표기해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자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개 식품기업의 소비기한 표시 대상 5만1,928개 품목 중 소비기한으로 포장지가 교체된 것은 4만3,842개(84.4%)다.
이 가운데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된 품목은 1,693개다. 포장지가 교체된 품목의 3.9%, 전체 표시 변경 대상 품목의 3.3%에 불과하다. 나머지 96.7%(5만235개 품목)는 표기만 바뀌었을 뿐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똑같거나 아직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제조 시점부터 품질 변화 시점까지의 기간 중 60~70%를 반영한다. 제조 뒤 100일이 지나 품질이 변한다면 유통기한은 60~70일이다. 보관 방법을 준수하면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을 뜻하는 소비기한은 80~90일로 이보다 길다. 식약처 참고값을 보면 가공두부는 유통기한 7~40일, 소비기한 8~64일이고, 소시지는 유통기한 13~50일, 소비기한 14~77일이다.
소비기한 도입 목적은 식품 폐기물 감소를 통한 환경개선 및 자원의 효율적 이용, 제조사의 부담 완화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도입에 따른 편익을 연간 1조190억 원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백 의원은 "지금처럼 단 3.3%의 품목만 기한 연장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식약처는 올해 말까지 1년을 계도기간으로 정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혼용을 허용하고 있다. 소비기한 적용 대상 업체와 품목이 광범위해 단시일 내 포장지 교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소비기한만 표시해야 한다. 백 의원은 "소비기한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