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묶어둘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금리를 더 올리자니 경기와 금융 불안이 걱정이고, 내리기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어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3.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금통위는 올해 1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고 시장 상황을 관망했다. 이달 다시 ‘현상 유지’를 결정하면 2·4·5·7·8월에 이은 6연속 동결로, 미국(5.25~5.5%)과 상단 기준 금리 차는 2%포인트로 유지된다.
시장에선 당장 긴축 명분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물가’가 한은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떨어졌다가 8월(3.4%), 9월(3.7%) 다시 올랐다. 하지만 농산물, 석유류 등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8%로 8월(3.9%)에 비해 축소돼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주춤한 점도 10월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9월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4,000억 원 늘었는데, 증가폭이 8월(6조1,000억 원) 대비 크게 꺾여 반 년 만에 증가세가 둔화했다. 가계부채 총량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점은 부담이지만,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할 경우 부실을 키우고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가뜩이나 나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만만치 않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미 긴축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 인하 카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더 낮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확 커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제유가는 한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위협 요소”라며 “향후 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견조한 소비·고용지표를 발판 삼아 연말 추가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속 한은의 현실적 선택지는 ‘매파적(긴축 선호) 동결’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결론이다. 내달 1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동결로 기울고 있어 한미 금리 차 확대 부담도 덜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진 만큼 한은은 추가 긴축으로 대응하기보다 금리 동결기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외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