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아들 병원비가 없다" 가짜 사연 올려 10억 챙긴 30대

입력
2023.10.15 15:00
법원, "변제 의사나 능력 없어" 징역 4년 선고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아들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가짜 사연을 올려 10억 원 상당을 가로챈 3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 이진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채팅 앱으로 알게 된 피해자들에게 “아들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1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1년 10월 채팅 앱에 “아들 병원비로 300만 원을 빌려줄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허위 글을 게시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한 B씨로부터 총 104차례에 걸쳐 7억3,500만 원을 챙겼다. 당시 A씨는 “아들이 입원해 급하게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300만 원을 빌려주면 3개월 안에 갚겠다”고 거짓말했다. 그 전후로도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이들에게 “아들이 뇌전증을 앓는데 수술비가 없다. 500만 원을 빌려주면 일을 해서 갚겠다”고 속여 70여 차례에 걸쳐 3억6,000여만 원을 뜯어냈다. 조사 결과 A씨는 일정한 수입 없이 개인 채무만 수 천만 원에 달해 애초 빌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벌금형을 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부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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