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교민·일본인 등 220명 군 수송기로 귀국... 한일 외무장관 "귀국 지원 협력"

입력
2023.10.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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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지상전을 사실상 예고한 가운데, 한국인 163명과 일본인 등 외국인 57명을 태운 군 수송기가 14일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15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한국 교민 등 220명을 태운 공군 KC-330(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전날 오후 10시 45분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수송기에는 한국인 장기 체류자 81명과 단기 여행객 82명은 물론 일본인과 이들의 타 국적 배우자 51명, 싱가포르인 6명이 동승했다.

정부는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민간 항공기 운항이 어려워지자 공군 수송기인 시그너스를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급파했다. 시그너스는 여객기를 개조해 만든 수송기로 300여 명의 인원과 47톤의 화물을 한 번에 수송 가능하고, 항속거리도 1만5,000㎞에 달한다. 지난 4월 아프리카 수단 내 무력 충돌 당시 현지 교민을 철수시킨 '프라미스 작전'과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가족을 국내로 수송한 '미라클 작전'에도 투입됐다. 관계 당국은 수송기 투입을 위해 대만,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인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에 영공 통과 협조를 얻었다.

시그너스 수송기의 가용 좌석은 230여 석인데, 탑승을 원하는 한국인의 좌석 배정 이후 자리에 여유가 생기면서 일본 측에도 탑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과 20여 분간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양국 국민들의 긴급 귀국 지원 협력을 논의했다. 가미카와 장관과 미즈시마 고이치 주이스라엘 일본 대사는 전날 한국 정부가 군 수송기로 일본 국민과 가족 등 51명을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자국민 대피를 위해 전세기를 보냈는데, NHK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전세기가 자국민 8명을 태우고 이날 오전 2시 40분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잔류 한국인은 14일 기준 장기 체류자 440여 명과 단기 체류자 10여 명 정도로 외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여행객 위주의 단기 체류자는 출국을 대부분 희망하고 있으며, 장기 체류자 중 일부는 현지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육로와 항공편 등으로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을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