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군 투입되는데… 가자지구 ‘유일한 통로’ 여전히 막혔다

입력
2023.10.15 09:57
이집트 ‘라파 통로’ 개방 거부하고 있어
가자 주민 대거 입국 시 안보 등 우려 탓
의료 붕괴 가자… “죽음이 부상보다 낫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대피령을 내렸지만, 그나마 열릴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출구인 이집트의 ‘라파 통로’는 여전히 막힌 상태다. 예고된 재앙 앞에서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죽음이 차라리 더 자비롭다”고 호소하지만, 대답은 어디서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봉쇄된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지상 작전을 경고했지만, 이집트는 가자지구 라파 통로와 연결되는 자국의 국경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오히려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따라 군사력 배치를 늘리고, 임시 시멘트 장벽까지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 있는 미국인이라도 라파를 통해 내보내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도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국경 통로 두 곳을 폐쇄하고,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 명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떠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라파는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구호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이 식량·연료·물 공급을 차단한 가자지구에 긴급 물자를 제공하는 인도주의 통로는 개설하겠다면서도 가자 주민의 대거 입국에는 반대한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대규모 유입이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이집트에 상당한 정치·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또 원래 정착지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를 수립한다는 아랍권 전체의 구상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도주의 단체 역시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인프라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탈출구 없는 ‘의료 붕괴’ 가자지구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은 열악해지기만 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아무런 도움도 없이 한계에 다다른 가자지구의 상황을 보도했다. 모든 빵집이 문을 닫는 등 식량과 물, 연료가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부상자와 대피하려는 주민들로 가득한 전역의 의료 시설에서는 전염병 발병까지 임박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앞두고 병원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또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병원 영안실은 물론 아이스크림 냉동 차량에도 시신을 보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물 복도와 바닥에 시체가 즐비한 탓에 곳곳에서 악취가 난다고 알자지라는 알 시파 병원의 의료진을 인용해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을 위한 의료 지원의 가자지구 책임자 마흐무드 살라비는 “치료가 엄청나게 지연되기 때문에 죽는 것이 부상보다 나을 것”이라면서 “죽음이 더 차라리 자비롭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