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도, 남을 수도... 이스라엘 "대피하라"에 가자 주민 패닉

입력
2023.10.14 16:20
가자 주민 수만 명 피란 돌입... "돌파구 없는 결정"
보복 의지 이스라엘 "하마스 고위 사령관 사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남긴 데 이어, 피란 행렬이 계속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의 약 절반인 110만 명에게 남쪽 대피를 요구한 이후, 주민들의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트럭과 당나귀 수레 등에 짐을 한가득 싣고 피란길에 나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 "24시간 내 남쪽으로 떠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은 "이스라엘의 대피령 이후 남쪽으로 이동한 주민만 현재까지 수만 명에 달하는 한편, 이스라엘 보복 공습 이후 현재까지 집을 떠난 피란민은 팔레스타인에서만 4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피령을 선전전으로 일축하고,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요구하고 있다. AP통신은 "가자지구 주민들로선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거나 머무는 등 도무지 돌파구가 없는 결정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최후 통첩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고 강조했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대해 "인도주의적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비극을 재앙으로 바꿀 수 있는 조치"라며 민간인 보호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하는 보복 의지를 재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힘으로 적을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하마스를 파괴할 것이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또 전날 가자지구에 대한 밤샘 공습에 나선 결과 하마스 공습 부대의 수장인 무라드 아부 무라드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14일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무라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무라드는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당시 하마스 무장 대원들을 지휘하는 역할로 알려졌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