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2023년이 거의 다 지나갔음을 계절의 변화로 체감합니다. 내년이 다가오고 있음을 서점가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새해 트렌드를 점치는 각종 '트렌드 책' 출간에서 말이죠.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도 여러 종류가 도착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08년 이후 매해 내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가 대표적입니다. 5일 출간된 책은 일주일 만에 대형 인터넷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네요. '2024 트렌드 노트(북스톤)' '2024 트렌드 모니터(시크릿하우스)' '라이프 트렌드 2024(부키)'에 더해, 부동산 시장에 집중한 '부동산 트렌드 2024(와이즈맵)'까지. 그야말로 트렌드의 홍수 속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여러 책이 제시하는 수십 가지 키워드를 상술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다만, 어떠한 '경향성'은 눈에 띕니다. 고금리·저성장·고물가 등 경기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축소 지향'의 트렌드가 도드라집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촌음을 아끼는 양상을 '분초사회'라 명명하는 데에서, 돈에 이어 시간까지 자원으로 환산해 활용하려는 세태를 읽습니다. 팬데믹 시기 명품 상표를 드러내던 '빅 로고 패션' 대신, 사용하는 사람의 만족을 중시하는 '올드머니 룩'에서 미니멀리즘 경향이 엿보입니다. 소비, 경험, 능력 등에서 상향 평준화된 '평균'의 기준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이 "중간만 해도 괜찮다"며 평균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어둡지만, 이른 낙담을 경계하는 건 어떨까요. 시대의 흐름을 타는 것도, 혹은 그 흐름을 기꺼이 거스르는 것도 상황에 따라 제각기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요.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어떤 시류에도 부화뇌동하지 않는 '나 자신'의 단단한 중심이라 믿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