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참패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 어디까지... "연판장이라도 받겠다"

입력
2023.10.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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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와 이례적인 1대 1 면담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여부 논의
원외에선 "연판장 받겠다" 분출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참패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싼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당연히 책임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수위를 놓고서는 당 안팎의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혁신을 촉구하는 반면, 영남권이 주축인 현역의원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이례적인 1대 1 면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논의

김기현 대표는 13일 예정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1대 1 면담을 갖고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주장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인적 쇄신의 범위가 고민의 핵심이다.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설치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이 일단 거론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누군가 선거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임명직 당직자 사퇴는 공천 사무를 총괄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면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취재진과 만나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하고 먼저 책임을 지는구나' 느낄 수 있는 쇄신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람 최고위원은 "당연히 책임감을 가져야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책임지는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고, 김기현 지도체제를 다 무너뜨려서 대혼란에 갈 수도 없다"며 '일부 인사 책임론'을 강조했다.


"책임자 없으면 연판장"... 원외서 분출

이처럼 책임 수위를 조절하는 당 지도부와 달리 밖에서는 격한 어조로 지도부 책임을 따져 묻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선거 참패 이후 호남·충청지역 원외 인사 7, 8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그분들은 '책임자가 안 나오고 자꾸 미봉책으로 가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집단 행동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 강서을 당협위원장인 김성태 전 의원도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 유권자들에 걸맞은 선거운동 전략과 전술이 동원됐어야 했다"면서 "(영남 중심의) 당 지도부 입장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얼굴 전체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해야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그 얼굴이 달라지느냐"며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올렸다.

반면 현역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반성과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인적 쇄신을 비롯해 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한 표현은 삼가고 있다. 자칫 윤석열 대통령과도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수도권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영남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로 예고된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책임론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