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공지능(AI) 산업 수준이 미국과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보다도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의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미국이 총점 100점으로 1위, 중국이 61.5점으로 2위를 차지한 데 비해 한국은 40.3점으로 6위에 그쳤다. 싱가포르(49.7점)와 영국(41.8점)도 우리보다 높았다.
7개 세부 항목 중 특허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재 부문에선 12위, 민간투자는 18위로 저조했다. AI 관련 상장기업은 6개에 그쳐, 미국(172개)이나 중국(161개)은 물론 일본(26개)과 대만(9개)보다도 적었다. 2013∼22년 누적 민간투자도 한국은 55억 달러로, 미국(2,489억 달러) 중국(951억 달러) 영국(182억 달러) 이스라엘(108억 달러)에 비해 한참 밑이었다.
앞으로 AI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엔 전문가들조차 이의가 없다. 초거대 생성형 AI 개발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어 생존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군사용 AI가 방위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며 미래 안보 지형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이미 이스라엘 등은 드론이나 위성으로 수집한 이미지를 AI로 분석하고 군사 작전을 수립할 때도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오로지 방어 목적으로 쓰여야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 대비, 안보 차원에서도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국운이 달린 AI 분야에서 중요한 건 결국 우수한 인재의 확보다. 중국 AI 업계가 대졸자들에게 모든 업종을 통틀어 최고 수준의 월급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경제적 보상만큼 확실한 유인은 없다. 반면 우린 인재들의 의료계 편중이 심하다. 입시 위주 교육 탓에 AI나 정보교과 수업도 찾아보기 힘들다. AI 혁명에 맞춰 교육과 정책을 조정하고,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행력을 더 높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