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아파트 청약 열기가 가장 뜨거운 서울 일부 지역에서 대거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청약 때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지만 결국 고분양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13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분양한 '상도 푸르지오클라베뉴' 잔여 물량에 대해 15일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공지글을 전날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한 무순위 청약 대신 자체 선착순 분양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청약홈을 통한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물량이 공개되지만 자체 선착순 분양을 하면 이를 알 수 없다.
상도동 상도11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771가구)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4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하지만 적잖은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절반 수준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로구 개봉동 개봉5구역을 재건축하는 호반써밋 개봉(317가구)도 지난달 일반분양(190가구) 때 평균 25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지만, 70%가 계약을 포기해 이달 16일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최근 서울은 청약 경쟁률 자체가 높을 뿐 아니라 고분양가에도 조기 완판한 사례가 잇따랐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처럼 미계약이 속출한 건 이례적이다. 두 곳 모두 고분양가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상도 푸르지오클라베뉴는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59㎡는 10억3,108만 원, 전용 84㎡는 13억9,393만 원이다. 인근 역세권 단지인 상도역 롯데캐슬파크엘 전용 84㎡ 매맷값이 13억 중후반이라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
호반써밋 개봉의 전용 84㎡ 분양가는 9억 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각종 옵션 가격을 포함하면 1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인근 단지보다 1억 원 이상 비싸 당첨돼도 시세 차익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는 전국에서 몰리는 터라 완판은 되겠지만 최근 시중금리 상승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당첨 제한에도 불구하고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