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원 안 돼" 압박에… 바이든, 이란 8조 원 원유 수출 대금 재동결

입력
2023.10.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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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묶였다가 지난달 해제된 60억 달러
카타르 은행 송금 후 한 달 만에 다시 동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후가 이란이라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4년간 묶여 있다가 카타르 은행으로 이전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12일(현지시간) 또다시 동결했다. 지난달 중순 동결이 해제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윌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자금의 이체는 다시 금지됐다.

이 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기로 한 대금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때문에 2019년부터 한국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미국이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동결을 해제했다. 이후 이 대금은 카타르 은행의 이란 계좌에 이체됐다. 미국은 이란이 미국 승인을 거쳐 식량과 의약품 구매 등 인도주의 용도로만 돈을 쓰도록 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이란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유화 정책으로 인해 하마스를 지원할 여력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하마스는 오랫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아 왔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외신은 양측이 지난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함께 계획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공모의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지만, 결국 잇따른 의혹 제기에 원유 수출 대금을 동결한 것이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수년간 협상을 통해 힘들게 타결한 합의를 깨고, 이란의 원유 수출 자금 사용을 또 금지한 것은 지정학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유엔주재 이란 대표부도 WP에 “이 돈은 이란 국민의 정당한 소유”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