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228만 명인데… 암세포가 뼈로 전이되는 ‘골격계 합병증’ 유의해야

입력
2023.10.15 21:40
[건강이 최고] 유방암·전립선암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

암을 치료하고 있거나 완치한 암 생존자는 228만 명(2022년 기준, 보건복지부)으로 전체 인구의 4.4% 정도다. 항암제·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이 71.5%(2016~2020년)로 올라서면서 암 생존자 10명 중 6명(60.1%·137만 명)은 치료 후 5년 이상 건강히 살아간다.

이 때문에 암 생존자의 삶의 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암 생존자는 치료 후에도 피로·통증·수면장애·불안 등 다양한 신체·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다.

특히 암이 다른 장기에 퍼지는 전이암 환자는 암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고, 치료 결과는 물론 삶의 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골격계 합병증’이다. 암세포가 뼈로 전이돼 골절·척수 압박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워지고 통증·우울감·근력 감소 등으로 인해 항암 치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척수 압박이 장기간 지속되면 다리 마비로 이어지는 등 2·3차 합병증으로 인해 생존율도 떨어질 수 있다.

골격계 합병증은 특히 전이성 유방암과 전립선암에서 흔하다. 이들 암 환자의 65~75%가 뼈 전이를 진단받고 1년 이내 골격계 합병증을 겪는다.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도 전이성 암 환자의 30~40%에게서 뼈 전이가 발생한다. 폐암은 다른 암보다 뼈 전이 진단 후 골격계 합병증이 발생하는 기간도 매우 짧은 것으로 알려진다.

혈액암도 골수에서 암세포가 발생해 뼈로 침투하는 다발골수종이 나타난다. 다발골수종이 나타난 90% 이상의 혈액암 환자에게서 허리·갈비뼈 통증을 동반한 골병변이 발견된다. 다발골수종 환자 10명 중 6명은 암세포로 인한 골절을 경험한다는 연구도 있다.

임성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골격계 합병증으로 뼈 건강이 한 번 나빠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재발도 잦다”며 “골절 등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 환자 컨디션과 삶의 질을 떨어뜨려 항암 치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뼈 전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주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유방암·전립선암 환자가 뼈 전이를 진단받은 즉시 골격계 합병증 예방 치료를 시작하길 권고하고 있다.

뼈 전이 환자는 ‘엑스지바’ ‘조메타’ 등 골흡수억제제를 우선 처방하는데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 기능과 생산을 억제하고 골 흡수를 줄여 골격계 합병증을 줄인다.

임성희 교수는 “골격계 합병증은 항암 치료 중이라도 약물 치료로 예방할 수 있으므로 암 투병 중 뼈 전이 소견이 확인됐다면 담당 의사와 상담해 조기에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치료를 시작할 때는 저칼슘혈증 치료·예방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 D를 함께 복용하고 극히 드물지만 턱뼈 괴사 위험이 있기에 치과 검진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