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하자 여권은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던 인사 검증을 법무부로 옮겨 변화를 꾀했지만, 국민 여론을 등한시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까지 맞물려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도 낙마한 장관급 인사는 김 후보를 포함해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5명으로 늘었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와 중도 사퇴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도 부실 인사 검증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추천→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1차 검증→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2차 검증'으로 이뤄진다. 이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이 전담하던 업무다. 당초 대통령실은 "인사 추천과 검증, 최종 판단 기능을 대통령실과 인사혁신처, 법무부 등 다수 기관에 분산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무색해졌다. △정순신 후보자의 '아들 학교폭력' 문제 △김승희 후보자의 부동산 불법 증여 의혹 △김인철 후보자의 '방석집 논문심사'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 등은 언론 보도와 논문, 소송 이력 등만 꼼꼼히 살폈어도 걸러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인사 검증의 초보단계부터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는 잦은 낙마의 책임을 정교하지 못한 검증에만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직 대통령 탄핵 등을 겪으면서 인재풀이 줄어든 상황에서 양질의 인재를 찾기 어려워진 데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사청문회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검증 절차는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대통령의 경직된 인사 원칙을 전면 수정하지 않고는 '인사 실패'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고집이 시스템에 구멍을 뚫는다"며 "1년 전만 해도 김행 후보자와 같은 부적절 인사가 나오면 당내에서도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부 총질' 밖에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